변화에 대응하는 하천 만들기

‘천유불식(川流不息)’은 산중에 비가 내리니 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흐르는 물처럼 변화를 읽어 내는 안목으로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단어다.

물 흐름의 시작은 빗물이다. 빗물은 모여 경사와 고도, 향 등 지형학적 특성에 따라 자유로이 흐르면서 작은 물길(川)을 만들고, 그 물길들이 강을 이뤄 바다에 다다르듯 물은 멈춤이 없는 하나의 동적이고 유기적이다. 물은 대기중에 평균 8일간 머무르다 비, 눈 등의 형태로 내리고 그 물은 평균 16일 흘러가다가 바다로 합류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의 물 흐름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물길을 제한하거나 인위적인 조정으로 흐름의 형태가 바뀜에 따라 사막화지역이 증가하고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등 그 형태가 변화되고 있다.

특히 하천 상류에서 인위적으로 흐름을 제한하거나 조정을 하게 되면 하천 하류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과거처럼 물의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을 때에는 상류에서의 행위가 하류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상류의 물의 사용 및 제한으로 인해 국가간, 지역간 분쟁이 많게 되었다. 분쟁을 넘어서 물의 전쟁이라 표현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대규모 강은 여러 국가를 경유하기에 상류지역 국가에서의 특정한 행위로 하류지역에 있는 국가들과의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일강 상류에 있는 이집트의 아스완댐 건설로 인해 에디오피아, 수단, 콩고, 우간다, 케나, 탄자니아 등 9개 주변국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옛 공동체적 성격으로 존재했던 하천이 현재는 불평등한 물 분배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강댐 식수원으로 인해 경남도와 부산시 간의 깊은 갈등을 포함해 크고 작은 분쟁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가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부족한 측면에서 비롯되지만 상류지역의 도시화로 인한 홍수위험성의 증가, 유지용수 부족에 따른 하천생태계 악화 등으로 하류지역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피해는 정도가 매우 심각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숙제인 것이다.

하지만 물에 의한 갈등은 단순히 양보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제로 썸(zero-sum)의 형태를 나타내기에 그 해결책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하천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과 하천이 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우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인간의 편리함만을 고집해서도 안되고 변화하는 하천 형태와 상황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인간 중심의 하천 관리는 하천에 직·간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인간이 오래살수록 생태계의 건강은 나빠진다는 것이 상식이 된 이유는 그 만큼 인간의 생활은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하천 관리에 경제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큰 경제적 이익이 있어도 하천생태계 및 수질 등에 악영향을 준다면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홍수, 가뭄, 수질, 식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하천생태계를 위해서는 적절한 유량관리와 더불어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규제를 통해 하천과 인간이 윈윈(win-win)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변화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천유불식의 의미처럼 기후변화, 하천환경의 변화, 수생태계의 변화, 인간활동의 변화 등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인간과 하천의 관계를 설정할 때 비로소 물 관리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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