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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해저터널 현장-바다 밑 4차선을 뚫었다조회수 1115
토목과 (swlako)2019.06.18 11:10

8년반동안 하루에 2m씩, 길이 없기에.. 바다 밑 4차선을 뚫었다

 바닷속 80m 아래 7km 터널로 대천~원산도 이었다.. 90분 거리를 10분으로 단축
'서해안 관광벨트' 완성.. 국내 최장 '보령해저터널' 가보니

지난 13일 충남 보령시 대천항 앞바다 한가운데. 해저면으로부터 지하 55m에 있는 바다 밑 컴컴한 굴에서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났다. 폭 10.6m, 높이 7.5m 아치 모양의 굴엔 2차로 도로가 들어서고, 같은 크기 굴이 바로 옆에 건설 중이어서 왕복 4차로 길이 바다 밑에 생기게 된다.

이곳은 보령과 원산도를 잇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 '보령해저터널'이다. 현대건설이4600억원을 들여 2010년 12월부터 양방향에서 바다 아래로 길이 6927m 터널을 8년 6개월간 팠고, 지난 10일 두 구간이 만나 관통에 성공했다. 보령해저터널은 도로포장과 천장 콘크리트 작업 등 실제 차가 다닐 수 있는 마무리 작업을 하려면 아직도 약 2년이 더 걸리게 된다. 개통하면 보령터널은 세계에서 다섯째로 긴 도로 해저터널이 될 예정이다. 보령터널보다 긴 도로해저터널이 있는 나라는 일본(1위)과 노르웨이(2~4위)뿐이다.

해저터널은 여러 토목 공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설 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산 속 터널 돌을 뚫을 때와 달리 물과의 전쟁도 같이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 아래 암반 사이에도 해수가 흐르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암반을 뚫는 공사 중에 해수가 유입되면서 터널 전체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일본 세이칸 철도 해저터널은 1976년 공사 중 1분에 해수 80t이 쏟아져 들어오는 등 네 차례 해수 유입 사고가 발생해 완공까지 25년이 걸렸다. 현대건설은 해수 유입 사고 없이 애초 설계했던 해저 길과 거의 똑같이 완공했다. 양쪽에서 뚫어 들어오면서 발생한 오차는 겨우 2㎝였다. 이제 완공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

막장에서 120㎝씩, 한 걸음씩…3500번을 전진

현대건설과 작업자 25만명(연인원)은 막장(굴의 막힌 부분)을 뚫기 위해 한 번 폭파에 120~300㎝씩 전진해 나갔다. 해저가 아닌 산에 터널을 뚫을 때 한 번에 나갈 수 있는 거리가 약 600㎝이므로, 그 절반 수준이다.

해저터널은 해저 아래 암반에 해수가 유입돼 물을 머금고 있는 지역이 있다. 자칫 한 번에 많은 양을 폭파해 무너뜨리면 암반이 약한 부분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해수가 쏟아져 내리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팀은 초음파 검사를 하듯이 막장 너머에 파장을 쏘고, 시추 작업을 통해 암반 상태를 예측한다. 그리고 진단 결과에 따라 암반에 구멍을 뚫어 물과 시멘트를 주입해 암반을 단단히 굳힌다. 시멘트가 굳으면서 지반이 안정되면 그다음에 화약을 터뜨려 암반을 조금씩 깎아 들어간다. 보령터널은 이 작업을 약 3500번 반복한 결과물이다.

보령해저터널에 투입된 화약은 약 1125t, 폭파하고 파낸 흙과 바위는 120만㎥로 15t 덤프트럭 18만대분이 나왔다. 현장을 지휘한 추연신 공사부장은 "중간에 물을 머금은 석탄층이 무너져 내릴까 봐 신중하게 작업했다"며 "수일 작업을 해도 고작 사람 키만큼 나아갔지만, 매일 막장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짜릿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령해저터널 현장 작업자들이 터널 내부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다. 보령해저터널엔 8년 6개월 동안 연인원 25만명의 작업자가 투입됐다. /현대건설

이곳엔 현대건설의 터널공법 신기술도 적용됐다. 현대건설 입사 후 26년 동안 터널공법과 설계를 연구한 김대영 부장은 물과 시멘트를 섞어 암벽 내부에 주입하는 5t 트럭만 한 자동화 장비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전에는 사람이 직접 밸브를 수동으로 닫았지만, 이 장비는 컴퓨터가 조정한다. 김 부장은 "사람이 직접 하면 시멘트를 쏘는 압력과 양이 일정하지 않지만, 컴퓨터가 하면 정확하고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며 "공기(工期)를 단축하면서 안전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 천지개벽…120조 시장에도 도전장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면 태안반도 관광을 가는 길도 달라지게 된다. 호남·영남 등 남쪽 지방에서 차로 태안반도를 가려면 보령을 지나쳐 북쪽으로 서산을 돌아 1시간 30분을 가야 안면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터널이 완공되면 보령에서 안면도까지 10~15분이면 주파해 태안반도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안을 찾는 관광객도 서산방조제를 거쳐 3시간이 넘게 걸렸던 길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다 보령해저터널을 지나면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다로 갈라져 있던 태안과 보령이 연결되면서 서해안 관광벨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대명리조트는 원산도 태안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서해안 최대 규모 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원산도 주민 1000여 명도 이제 하루 세 번 운행하는 작은 배 없이도 육지를 오갈 수 있게 된다.

보령해저터널에 신공법을 개발·적용한 김대영 현대건설 부장이 13일 터널 현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국내 건설업계는 보령해저터널 관통으로 터널 시공 능력을 입증하면서 해외 터널 시장 수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터널 공법 및 성과를 공유하는 국제터널협회(IT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주요 국가 터널 건설 시장은 860억유로(약 114조원)로 매년 5% 내외 성장하는 추세다. 최장 도로 해저터널은 日 도쿄 아쿠아라인… 2~4위는 모두 노르웨이 해저터널은 차가 지나가는 도로 터널과 기차가 지나는 철도 터널로 나뉜다. 도로 해저터널은 여러 차선을 놓기 때문에 철도 터널보다 너비와 높이가 더 크지만, 길이는 10㎞가 안 된다. 철도 터널은 기차가 왕복으로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작게 파는 대신 길이가 수십㎞에 이를 정도로 길게 뚫을 수 있다.

도로 해저터널 중 해저 구간이 가장 긴 것은 일본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길이 9.5㎞ 도쿄만 아쿠아라인이다. 도쿄만을 끼고 떨어져 있는 가와사키현과 지바현을 바로 이어준다. 다리를 건너 바다 한가운데로 가다가 내리막길을 타고 바다 아래로 파고들어간다. 2~4위는 모두 노르웨이에 있다. 봄나피오르(7.9㎞), 에이커선더(7.8㎞), 오슬로피오르(7.2㎞) 터널 순이다. 노르웨이는 울퉁불퉁 튀어나온 피오르 해안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놓았는데, 도로가 해안을 끼고 도는 것이 아니라 해저터널을 뚫어 직선으로 관통하게 했다.

일본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 도로 해저터널 도쿄만 아쿠아라인. /유튜브

철도 터널 중에는 영국과 프랑스 도버해협을 가로지르는 채널 터널(일명 유로터널)의 해저 구간 37.9㎞가 제일 길다. 1986년 착공해 1994년 개통, 유럽 고속철도 유로스타가 이 터널을 지난다. 둘째로 해저 구간이 긴 철도 해저터널은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 터널(23.3㎞)이다. 1964년 착공해 1988년 개통했다. 해저면에서 100m 아래 구간을 지나, 해저면 50m인 채널 터널보다 더 깊은 바다 아래를 지나간다. 당시 공법이 발전하지 않아 공사 기간이 길어졌고, 비용도 약 6900억엔(약 7조원)이 들었다(출처: 조선비즈)